동충하초 책/한국동충하초(총론)

V. 동충하초의 이용 3. 동충하초균을 이용한 해충 방제

성재모동충하초 2010. 11. 4. 14:41

3. 동충하초균을 이용한 해충 방제

금세기 초부터 엄청난 인구의 증가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식량 자원의 생산량을 늘리는데 유기 합성 농약이 큰 공헌을 해 왔다. 그러나 유기 합성 농약의 과다한 사용의 폐해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자연에서의 난분해성 성분의 잔류로 농산물과 지하수를 오염시켜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되었고, 생태계의 파괴 등 많은 문제점을 가져왔다. 그리하여 유기 합성 농약의 생산 및 사용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미생물 농약의 개발이 시급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무공해 농약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생물 살충제이다. 미생물 살충제는 미생물을 직접 이용하거나 미생물을 포함한 제제를 이용하여 해충을 방제하는 것을 말한다.

1834년, 외국학자에 의하여 곰팡이가 곤충에 병을 유발하는 것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 그는 누에에 백강균을 인공적으로 감염시키는 데 성공하여 곰팡이에 의한 병의 발현을 입증하였다. 동충하초는 곤충 병원균으로서는 가장 큰 단일 그룹으로서, 현재 약 800여 종이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동충하초균이 단지 몇 종만 알려졌을 뿐이다. 균과 곤충의 상호 관계는 상당히 다양하다. 대개의 곤충들은 특정 조건하에서 특정 종류의 균의 침입을 받는다. 병원성을 가진 균은 열대, 아열대, 온대 지방은 물론, 심지어 사막 지대에서도 땅에 사는 곤충과 물에 사는 곤충에 감염된 예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이 곰팡이가 곤충의 병을 유발하는 사실이 알려지자, 곰팡이균을 이용하여 농업 해충을 방제할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현재까지도 이것이 동충하초균을 연구하는 주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 생물적 방제재로서 곰팡이를 이용한 그들은, 밀풍뎅이(Anisoplia austriaca)와 사탕무바구미(Cleonus punctiventris)를 방제하기 위하여 불완전 균류인 녹강균( Metarhizium anisopliae)을 이용하였다.

미국에서는 1890년경, 또다른 흔한 불완전 균류인 백강균을 이용하여 밀의 해충인 긴노린재(Blissue leucopterus)를 방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병원성 곰팡이균을 이용한 해충의 방제는, 초기 다른 시도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실패였다. 그 주요한 원인은, 균의 생태와 같이 기초가 되는 지식의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곤충 병원성 균에 의한 곤충의 감염을 억제하는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는 단지 일반적인 이해가 전부였고, 결과적으로 균은 해충을 방제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화학 농약에 의존한 방제법이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깨며, 남아 있는 농약의 독성 및 인축 피해등의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해충의 종합적 관리와 관련한 일반적인 운동의 일환으로서 해충의 방제재로서 곤충 병원성 균의 이용에 관한 관심이 다시 커지게 되었다.

방제재로서 가능성을 가진 균이나, 누에나 꿀벌 등 상업 곤충과 관련한 병원균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연구의 대상 지역은 열대림과 같은 삼림 지역보다는 온대 경작지였다. 단작을 하는 영농 방법은 심각한 해충 문제를 유발했는데, 관련 병원균은 해충에 상당한 전염병을 유발할 수 있었다. 생물적 방제의 가능성에 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으로 연구된 곤충 병원성 균과 곤충의 상호 관계에 관한 보고는 극소수였다.

그러나 아직 성공은 하지 못했으나, 곤충에 병을 유발하는 동충하초균이 가지는 장점은 다음 여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화학 농약과 비교하여 안전하고, 둘째는 생태계에 주는 영향이 적어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며, 셋째로는 화학 농약이 속효성을 가지고 잔효 기간이 당해에 그치는 것에 반하여, 상당 기간 동안 대상 해충에 방제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다. 넷째는, 다른 방제 수단과 병용이 가능하다는 점으로, 해충의 종합 관리 계획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며, 다섯째는 화학 농약과 비교하여 대상 해충이 저항성을 가질 가능성이 적으며, 마지막으로 유전적 조작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균을 이용한 해충의 성공적인 방제는 생물적 요인과 비생물적 요인들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때 가능하다. 주요한 요인들로는 병을 유발할 수 있는 감염원의 양, 기주가 되는 개체군의 밀도, 2차적 요인이 될 수 있는 환경 변이 등이 있다. 효과적인 균의 해충 감염과 관련한 환경 요인들로는 온도, 습도, 광량이고, 땅에 사는 곤충에는 풍량, 물에 사는 곤충에는 온도, 염도, 유속 등이 작용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실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균의 기주 곤충 개체군 내에서 발생과 관련한 복합적인 요인들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대개의 연구자들은 습도나 온도 등 비교적 수치화하기 쉬운 요인들을 측정한다.

현재, 일부 선진국에서는 미생물 살충제로서 만든 균을 농약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많은 연구자들은 동충하초균을 이용한 방제만이 해충의 방제를 위한 대안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균을 이용한 방제법도 해충의 종합적인 관리 계획의 하나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화학적 살충제는 기후가 건조하거나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기에 이용하고, 습도가 충분한 기간은 미생물 살충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불완전 균류와 같이 무성생식 기관으로서 다수의 분생포자를 형성하는 균류는 여러 종류의 곤충에 병원성을 나타내며, 여러 환경 조건하에서 발견되는데, 실제로 자연 생태계 내에서의 이들의 조절 작용은 자연적인 곤충 개체군 밀도를 조절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열대 우림 지역이나 온대 지방에서 발견되는 특징적인 자실체를 형성하는 맥각균목의 코디셉스속균(Cordyceps)과 같은 경우는 생태적으로 환경의 교란이 적은 일차 생태계에서 발견되는데, 특히 번데기동충하초의 경우는 코디세핀(Cordycepin)이라고 하는 항생 물질(곤충에 있어서는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을 생산한다. 이것은 분자 생물학 쪽에서 곤충의 RNA의 합성을 막는데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자좌 형성 동충하초균이 교란이 적은 생태계에서 발견되는 것은, 이들이 사는 지역의 파괴가 곧 생태계의 자연적 조절 능력을 잃어버리게 하고, 유용한 유전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인류가 당면한 과제는 자연 생태계의 인위적인 조작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보존이며, 생물적 방제 수단의 개발 측면에서는 기주 곤충과 곤충 병원성 균의 상호 관계에 관한 생태의 좀더 깊은 이해로, 보다 유용한 생물적 방제 계획과 전략들을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한국에서 동충하초균을 이용한 살충제 개발을 위한 연구로, 백강균을 이용하여 배추흰나비 등 여러 종류의 곤충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 배추흰나비와 산림 해충의 유충에서 효과가 있었다. 백강균을 접종하면 이들 유충이 바로 죽든지, 혹은 살아도 비정상적인 성충이 되어 생활사를 연속시킬 수 없었다(사진 V-1~4).

지금,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동충하초를 이용한 살충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이 동충하초를 이용한 해충 방제가 이루어지리라고 생각된다.